
'시간은 돈이다"라는 관념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시간의식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조건과 생활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가령 사냥꾼은 짐승의 생활방식에 자신을 적응시켜야 할 것이며, 어부는 바다의 상태와 기후의 변화, 조수의 흐름에 자신의 리듬을 맞추어가야 할 것이다. 근대 산업화 이전의 인간생활은 주로 인간의 작업조건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 자연적 리듬에 의해 규제되었다.
인간의 시간의식에서의 커다란 단절은 근대 산업사회의 이행에서 비롯한다. 계절변화에 따른 순환적 시간관념에서 계수화되고 수량화된 일직선적 시간으로, 발생-성장-쇠퇴-죽음-재생이라는 윤회적이고 유기적인 시간으로부터 순간의 규칙적인 연속이라는 기계적 시간으로의 변화가 야기된다.
해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지면 들어와 쉬는 다소 여유있고 유동적인 근대적인 작업패턴은 기계의 째깎거리는 소리에 따라 작업, 식사,휴식을 반복하는 근대적 노동으로 바뀌었다. 이는 시계의 절대명령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근대인에게는 시간은 잡힐 수 없고 무한정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금전처럼 축적되고, 절약되고,소비되는 재화로 인식된다.
기계적 시간의 승리는 근대 산업화 과정과 긴밀히 관련된다.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노동의 공시화가 크게 요청되었고, 같은 시기에는 사치품으로 인식되었던 시계는 생활에 필수적인 것으로 전환되었다. 공장노동은 기계에 의해 규정되는 작업속도와 작업리듬에 발맞추어 복잡하고 세밀하게 조직화된 작업과정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데 이는 시계라는 전제군주에 의해 노동자의 모든 생활과 활동이 철저히 규제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생활단위는 이제 일월,계절이 아니라 분초로 단축되었으며, 여태까지의 인간적 삶의 전제조건과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노동의 기계적 규칙성을 배태시켰다. 따라서 산업화로의 이행은 노동의 공시화,규칙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보다 정확한 시간습관,정확하고 세분화된 시간감각 및 시간이라는 가치척도에 의한 노동가치의 평가 등의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적인 시간- 노동 규율은 매우 낯선 것이고 인간적 체질에 맞지 않는 까닭에 결국 새로운 산업체제의 요구에 맞추어 외부적으로 부과될 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이러한 규율을 인위적으로 체질화시키기위한 훈련과 조정이 중심적인 과제가 되었다.
새로운 산업사회의 시간관념은 "시간은 돈이다"는 명제로 압축된다. 시간은 노동에 의해 매개되어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 가치척도인 돈으로 환원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게으름과 시간낭비는 그자체 악덕이며,타기되어야 할 습성으로 간주된다.
IT혁명에 따른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고된 하루 노동을 마치고 삶의 희망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한 승객을 바라보며 어느 노신사가 따스한 시선으로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본다. IT 혁명이 과거병폐를 극복하고 전체로서의 부의 증가와 노동자의 생활여건이 질적으로 향상되도록 만들어갈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 동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