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jyjang@sisabarotimes.com
어느날 임야소유자가 수십년간 제사를 지내오던 조상의 묘를 옮기라고 주장한다면 당황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어렵다. 2001.1.13.일 이전 설치된 분묘에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의 시효취득(時效取得)’을 확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주심 김용덕 대법관)이 이달 19일 나왔다. 대법원은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때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경우(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자기 소유의 토지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거나 분묘이전의 약정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에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왔다.
임야소유자 P씨가 제기한 분묘 철거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부(다수의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자리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다”며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 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고 밝혔다. 민법은 사회질서 유지,증명의 곤란 구제와 소송경제의 실현등을 이유로 시효취득 규정을 두고 있다. 분묘기지권에 대한 민법규정은 없으나 관습법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분묘기지권’에 대한 인식은 변했을까? 다수의견은 “기록상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거나 그러한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소수의견(대법관,김용덕,박보영,권순일, 김재형)은 “화장을 택하는 비중이 늘면서 장묘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2001.1.13.)으로 “사회구성원들이 분묘기지의 시효취득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장사법은 시행후 설치된 분묘의 설치기간을 15년으로 제한하고 15년씩 3회에 한하여 설치 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며, 토지소유자의 승낙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에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재판부는 장사법 시행일인 2001.1.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2011년 12월 임야주인 P 씨는 자신이 소유한 강원도 원주시의 임야에 설치된 B씨 조상의 분묘 6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D 씨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D씨는 “고려시대부터 집안에서 관리해 온 묘”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P씨는 D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P씨가 땅의 소유자라도 묘지를 옮기게 할 권한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P씨는 분묘기지권이 자신의 토지 소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분묘 철거소송을 이어갔다.
시사바로타임즈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