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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2015-10-03
편집국 jyjang@sisabarotimes.com


                  (장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890)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 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作) 

시사바로타임즈 편집부


[덧붙이는 글]
나르키소스가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자(직접적인 자기애)라면, 피그말리온은 '간접적인 자기애', 즉 자신이 창작한 대상을 사랑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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