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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바로타임즈 =장혜린 기자>

통상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전염성 물질"이라고 정의하지만, 그것이 생물인지의 여부는 자연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만나면 복제를 통해 증식하는 활동성을 보여주지만, 숙주를 만나기 전까지 그것은 세포도 아닌 입자 형태의 비 활성물체에 불과하다.
현묘한 예술적 존재방식을 바이러스 은유를 통해 설명한 연세대학교 김동규 교수가 발표한 '예술 바이러스와 공공예술"은 예술의 공공성을 관통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데 큰 지적 자극을 줘 소개한다. 김교수에 따르면 예술은 바이러스의 세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첫째 예술 바이러스는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 예술작품의 아름다움과 매력은 이 전염력의 원천이다. 전염은 동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역사적으로 전승된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수 천 년의 시간동안 한 낱 문자 형태로 무생물처럼 존재하다가도 그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되살아나기를 반복해왔다.
△ 둘째 예술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는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없다면 예술작품은 죽은 사물의 지위를 모면할 수 없다. 예술을 살아있는 예술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는 숙주인 감상자다. 미화원에 비친 예술작품은 살아있는 에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갓 폐품에 불과했다. 미화원이 감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셋째 예술 바이러스는 감염시킨 인간을 변모(變貌) 시킨다. 예술작품에서 받은 커다란 감동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꾸기도한다. 예술을 통해 열린 새로운 세계는 이전까지 감춰져있던 세계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하이데거는 에술작품을 "진리의 실현"이라 칭하기도 했다.
도심의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는 예술바이러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근대 미학은 천재적 예술가의 자기표현과 예술의 자율성을 중시한 반면, 포스트모던 미학은 복수적 주체들의 상호 소통, 그리고 예술과 비예술(inter-dependence)을 강조한다. 김동규 교수는 "모든 예술은 공공예술"이라고 말한다 . 전염가능한 공공장소와 최적의 잠재 숙주인 공중이 바로 예술 바이러스의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공중들이 존재할 때에만, 개인의 산물은 예술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예컨대 '안네의 일기'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상되는 공공의 장(예컨대 출판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빈 화폭과의 고독한 투쟁 속에서 고흐가 구축한 그림도 결국 만인에게 알려지고 소통되었을 때야 비로소 예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김교수에 따르면 예술의 공공성은 예술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시인이 시집을 출간하고 화가가 전시회장에 그림을 전시하는 행위는 공공장소에 공중들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공적인 행위이며, 그린 공적 행위 속에서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공공예술이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예술이자 공중의 공중을 위한, 공중에 의한 예술이다. 때문에 소수의 사람만이 향유하는 예술이 아니라 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다. 대중예술이 평준화되고 획일화된 대중의 취향에 맞춰지는 예술인 반면, 공공예술은 공중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눈높이를 상향하려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공예술은 '공적 자본'을 바탕으로 '공공복지'를 도모하는 예술이다.

누구보다도 이상적인 공동체 설립을 꿈궜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이상적인 '국가' 에서 예술가들을 추방한다. 예술바이러스가 악성바이러스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플라톤은 감염성 높은 예술은 진실을 왜곡하고 공동체의 기강 해이를 가져와 공공성을 웨손할 수있다고 보았다. 공공성을 위해 예술의 창작성은 사장될 수박에 없을까? 아렌트는 예술의 공공성은 인간 불멸성의 실현장소라 말한다.
바이러스가 불멸하는 존재에 가깝듯이, 예술은 그 특이한 본질과 존재방식으로 인해 불멸에 가깝다. 김교수는 예술의 공공성은 개인의 자유로운 개성표출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느냐에, 또는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볼때, 예술작품과 예술가는 공동체에 기생하는 존재다. 바이러스 같은 예술은 공동체의 외부,바깥, 타자의 위치를 겸하고 있다. 예술가의 자유가 극대화될 수 있을 때 예술의 공공성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예술가는 사적 영역을 떠나 공공의 장에서만 자기 자유를 실험해야 한다. 공공예술은 수 많은 공중들에게 신속하게 예술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예술 바이러스 전염은 공동체에게 위태로운 위기이자 신생의 기회다. 김교수에 따르면 예술은 개인 중심주의, 공동체중심주의,인간중심주의 등 모든 중심주의에 기생하면서 그것을 탈 중심화 하는 힘이다.
김동규 교수는 진정한 공공예술이란 특정 공동체의 공동 이익예술,특정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예술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 진정한 공공예술은 이런 잠재적인 무한의 힘을 개방하는 예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혜 린 기자 hljang@sisabaro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