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jyjang@sisabarotimes.com
( 사진 서울대공원 제공 , 극락조화꽃)'혼인파탄을 야기한 배우자의 청구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26일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을 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부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때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파탄주의'주장이 받아들여 질지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금술이 좋은 부부사이를 '원앙지계'라 한다. 원앙지계는 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애절한 고사이다. 송나라 강왕에게는 한빙이라는 시종이 있었다. 한빙의 아내 하씨의 미모에 반한 강왕은 한빙을 변방의 경비병 겸 성을 쌓는 인부로 쫓아버리고 하씨를 취했다. 하씨는 어느날 남편에게 은밀히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강왕은 이 편지를 가로챘다. 그 편지에는 " 비가 축축히 내린다는 것은 잊지 못해 근심하고 있다는 것을, 가을 깊고 넓다는 것은 아무리해도 당신에게 갈 수는 없다는 것을, 해가 마음을 비춘 다함은 해에 대고 죽음을 맹세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후 한빙은 한이 깊어져 변방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하씨는 강왕과 성벽을 산책할 때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하씨는 부디 시체만은 남편곁에 묻어달라는 애절한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화가난 강왕은 하씨의 무덤을 그 남편의 무덤 맞은 편에 멀찍이 만들도록 했다.
얼마의 세월이 지났을 때 사람들은 양쪽의 무덤에서 똑같이 가래나무가 뻗어나와 마침내 서로 하나로 뒤엉긴 채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무 위에는 한쌍의 원앙이 보금자리를 만들더니 결코 그 곳을 떠나지 않고 서로 목을 감은 채 슬피 울었다. 사람들은 한빙과 하씨의 사랑을 애달프게 여겨 이 나무를 '상사수(想思樹)'라고 불렀다.
이혼을 불허하는 역사를 지나 바람을 피운 남편이 아내의 반대에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정 논란이 일고있다.
파탄주의 도입여부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55.4%와 전문가 78.7%가 배우자 보호 조건 아래 파탄주의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데 찬성했다. 26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측 대리인인 김진수 변호사는 "파탄된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노력은 부부를 비롯해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며 "법원이 유책주의를 고수하면 당사자들로 하여금 상대방이 유책배우자라는 점을 주장,입증하도록 해서 서로 반목과 증오만 키울뿐이며 혼인 관계 구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이화숙 연세대 법학 전문 대학원 명예교수는 "서구 여러 나라와 같이 혼인이 파탄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국민 정서와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5년 정도 별거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파탄주의로 전환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혼을 거부하는 아내 측 변호사로 나선 양소영변호사는 "혼인도 하나의 민법상 중요한 계약"으로 부정행위를 해 혼인 계약을 깬 자가 혼인 파탄됐으니 해방시켜달라며 권리를 남용하는 것을 법이나 판례로 보호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협의이혼 비율이 80%에 이르고 재판상 이혼은 전체 이혼 중 20% 정도에 불과해 파탄주의를 택할 실익이 많지않다'고 덧붙엿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외도로 인해 생겨난 가정도 기존 가정과 같이 행복추구권과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변호사는 "권리 충돌 문제가 생겼을 때 적법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배우자(본처)와 자녀들이 우선돼야 하며, 혼외자는 가족관계등록부 도입과 한 부모 가정지원등으로 보호받을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참고인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연구부장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적으며 남성과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격차가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어 과도기에 있는 우리 사회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 혜 린 기자 hljang@sisabaro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