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회색 베일로 얼굴을 가렸던 하늘이 햇살을 내뿜는다. 호기심 많은 우리집 강아지 뽀리와 내가 좋아하는 이 길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겼다. 풀잎과 풀잎, 나무와 나무가 나누는 대화와 기쁨의 노래를 들으면서 산책하는 맛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다.
낙엽이 다 져버린 앙상한 겨울나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스쳐 지나가던 한 사람이 한마디 내뱉는다. “에이 괴롭고 암담한 계절이야, 저 놈의 겨울나무를 뽑아버릴 순 없나. 저 놈의 나무만 보면 기분 더럽단 말야 ” 겨울 나무에 발길질을 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인가보다. 하지만 겨울나무에 한 풀이를 할 일은 아닐 듯하다. 함박눈이 내리면 생화나 다름없는 눈꽃의 향연을 펼치는 나무다. 부스스 앉았던 자리를 털고 우화하는 은빛 나비는 녹음에 비길 바가 아니다. 봄에는 각양각색의 꽃이 만발해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스러운 숲을 꾸미는 나무다. 한 여름 신록의 푸르름은 맹위를 떨치는 폭염까위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는 나무다. 자전하는 달처럼 나무는 계절마다 그 만큼의 거리에서 손을 내밀어 익숙한 체온을 나눈다.
상처를 입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적극적인 모험을 떠나보면 어떨까. 애꿎은 나무에 발길질 하지말고. 그 모험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하고, 지혜롭고, 용감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늘진 그의 모습이 애처롭다. 한 청년이 내게 다가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단풍이 절정이던 지난 가을. 산책 중 만난 청년이다. 청년은 진취적인 사고의 소유자며 모험을 즐기는 청년이다. 쏟아지는 달빛 사이로 참새떼들 부스스 앉았던 자리를 털고 날아간다.
시사바로타임즈 편집부